김대중 전 대통령께 ‘평화의 길’을 묻다

오는 8월15일은 74주년 광복절이다. 그리고 3일 뒤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의 길을 열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이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IMF외환위기 극복을 ‘제2의 건국’이라고 명명했다. 이어 대북포용정책으로서 햇빛정책을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2년 뒤인 2000년에 드디어 남북정상이 북한에서 만나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남북의 교류와 협력은 민간으로까지 확장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빛정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최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제2의 IMF사태를 우려한다”고 했다. 일본 아베정권발 경제침탈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내놓은 이 발언의 진의는 무엇일까! 당연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이겠지만 시기도 내용도 의도도 적절치 못하다. 항간에서는 그래서 황교안, 나경원 투톱의 자유한국당 정치를 ‘자살골정치’라고 표현한다. 이인영 대표가 황교안 대표를 향해 “우군인지 적군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부분에 일면 수긍이 간다. 일반국민이 보는 시각에서는 본질이야 어쨌든 한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일본 아베정권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황교안, 나경원 투톱의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보다는 우려를 증폭시키는데 더 열을 올리지만 정작 국민들의 입장과 시각은 그런 자유한국당에 대해 냉담하다. 최근 발표되는 정당 지지율이 이를 확인해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유한국당을 ‘자살골정치’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반도를 향한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들이 심상치 않은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는 대놓고 주한미군 주둔 경비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고, 일본은 ‘경제침략’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한국에 대해 노골적인 경제제재와 혐한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북한도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며 남남갈등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러시아도 중국도 한국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들여다보면 최근 한국이 겪고 있는 외교와 경제문제는 별개의 문제가 아님이 분명해진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21세기 외교의 중심은 경제와 문화로 옮겨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새로운 평화의 시작’은 유라시아 경제공동체까지 나갈 수 있는 큰 그림의 시작이었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생각은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다. 우선 남북당사자들을 제외한 한반도 주변국들은 남북당사자들이 주도하는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정착’을 달가워할 리 없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입김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의 의지와는 다르게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아베정권 못지않게 트럼프의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 계산 역시 철저한 자국의 이익 중심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내년 1월의 대통령 재선의 유불리를 확인하는 계산기만 있을 뿐이다. 어쩌면 트럼프와 아베의 계산기는 같은 방향의 숫자로 맞춰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한반도 평화’는 주변국들의 적절한 참여와 개입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처음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6자회담을 강조했다. 정치도 외교도 예측가능한 수준일 때 국민들과 상대국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국내정치와는 달리 외교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이벤트여야 한다. 주변국들을 이벤트의 관람객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자주적’이 아니라 ‘자조적’으로 고립을 자초할 수 있으며, 불만을 드러낼 때 적절하게 대응할 명분을 제공받기 쉽지 않다. 외교는 실리도 중요하지만 어떤 상황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들이댈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를 강조할 때마다 6자회담의 역할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 덧붙이자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이산가족 상봉과 관광사업 등의 후속사업들을 곧바로 추진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반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교류와 협력 사업이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