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그 불편함

‘그들만의 리그’는 1992년 개봉한 미국의 스포츠, 코미디 영화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대부분 남성들이 참전하게 되자, 여성이 야구리그에 참가하게 된 전미 여성 프로 야구 리그(AAGPBL)를 다룬 작품이다. 여성 선수에게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강요하고 메이크업을 강조하는 등 당시 사회의 부당한 모습들이 코믹하게 그려진 수작이다.

영화 제목으로 시작된 이 단어는 이제 서민들이 경험할 수 없는 특권층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짐작만 할 뿐 몸소 체험하거나 확인하기도 어려운 세계를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뉴스에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제목이 나올때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애써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채 생업에만 매진해왔는데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세상이 드러나면 당연스러운 좌절감과 피로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특권층만의 특혜 ‘좌절감’ 확산

‘사다리 걷어차기’ 또는 ‘불평등한 사다리’와 같은 단어에서 보듯이, 일반인들은 한순간의 점프로 그들만의 리그에 도달할 수 없다. 사다리를 위태롭게 한칸 한칸 조심스럽게 밟아올라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밤잠을 줄여가면서 사다리를 한칸씩 올라가는 과정을 눈물겹게 바라본다. 현 정권의 가장 대표적인 캠페인인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구도 결국 일반시민들에게 좌절감과 박탈감이 없는 사다리를 제공하겠다는 다짐과 같은 말이었다.

고위층의 입시 환경을 그려내 23%의 높은 시청률로 흥행을 올린 ‘SKY 캐슬’을 ‘재난물’로 분류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현재의 입시와 취업문제는 누구에게도 자유로울 수 없는 ‘자연재난’과 같기 때문에 그 대응방식에서 나오는 인간군상을 그려낸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입시와 취업문제가 ‘자아실현’이 아닌 빠져나오기 급급한 현실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배경에 따라 특권을 누리는 이야기가 들리면 당연히 예민한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뉴스가 연일 홍수를 이루고 있다.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따지는 의견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그러나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빼고 자녀의 특권문제를 다루는 뉴스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실망스럽다거나 뉴스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개최된 대학생 집회에서는 “우리는 무엇을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이 물음에 대한 정답은 “노력해야 청춘이지, 성공하려면 젊을 때 공부해라”가 아니다. 결국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다짐을 받고 싶은 것이다. 실제로 이 집회에서는 “정보와 권력이 있는 소수의 특권층만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의혹은 해당 기회에 접근할 수 없는 우리에게 큰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는 대자보의 구절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이를 가짜뉴스에 선동당한 청년들의 분노로 치부하고, 해명과정을 통해서 바로잡힐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구로 상징되는 정권이 중반기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취임 일성이 여전히 유효한 가치로 유지되고 있는지, 정권은 이를 위해서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한번은 진정성있게 답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 정부’평등하고 공정한가’

최근 여당에서는 ‘NO 일본’ 분위기를 배경으로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대해 일본 전범기업의 국가계약 입찰자격을 원천 배제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범기업이 피해자들에게 피해 회복을 하기 이전에는 어떠한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사회적 여론에 따라서는 이렇게 엄격한 규제책이 곧바로 나오는 마당에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지적하여 출범한 정부가 ‘수긍가능한 사다리 만들기’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제도적 노력을 해왔는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짐작은 하지만 애써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던 진실, 그들만의 리그를 없애는 노력은 단순히 취임 일성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